'기억할 만한 지나침'_기형도 시인
개인적으로 시를 잘 읽지 않는다.
소설은 몇번 반복해서 읽으면 이해가 가는데, 시은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.
그런 나에게 윤동주 시인,김소월 시인과 기형도 시인의 시집은 이해가 되고,항상 몇몇 시의
구절은 외우고 있다.
기형도 네이버캐스트 문학인 > 한국문학인은 29세에 허름한 극장에서 뇌졸증으로
급사를 하였다.
허무하게 죽은 기형도 시인을 위해 기형도 시인을 아끼는 몇몇 문인들이 유고 시집을
출판하였다. (이 유고시집이 첫 시집이다.(문학과지성 시인선_80호))
기형도 시인의 '입 속의 검은 잎'은 '삶의 기록'이 아닌 '죽음의 기록'처럼 느껴져서 시를
읽으면서 삶과 죽음의 고통을 느낀다.
특히'기억할 만한 지나침' 과 '질투는 나의 힘'그리고 '노인들'은 산자의 슬픔을 느낀다.
-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
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
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
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. - "기억할 만한 지나침" 중에서
-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
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
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짦은 글을 남겨둔다
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
- "질투는 나의 힘" 중에서...
-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렷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
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
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
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.
- "노인들" 중에서...-
서른 살 이후 장례식에 갔다오면 며칠동안 불면증에 시달린다.
그러면 나는 항상 김수철의 '못다핀 꽃 한송이'로 시작하여
마지막에는
화려한 불빛으로 그 뒷모습만 보이며
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진 그대
쉽게 흘려진 눈물 눈가에 가득히고여
거리는 온통 투명한 유리알속
그대 따뜻한 손이라도 잡아 볼 수만 있었다면
아직은 그대에 온기 남아 있겠지만
비바람이 부는 길가에 홀로 애태우는 이자리
두뺨엔 비바람만 차게 부는데
사랑한단 말을 못해도 안녕이란 말은 해야지
- "귀로"중에서 -
사랑한단 말을 못해도 '안녕'이라고 말한다.
"사요나라","굳 바이","이젠 안녕" 이라고....